올해로 벌써 11번째를 맞는, 교사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토론연수회를 소개한다. 초등토론교육연구회에서 주최하며 전국에서 뜻있는 선생님들이 모인다. 올해 여름방학엔 경기도 군포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1박 2일로 열려 8월 21일 끝났다. 폭염 속에 '따뜻한 교실토론을 확산하자'는 뜻으로 모여 땀흘린 선생님들의 기록을 군포양정초 이영근 선생님의 후기로 본다.<편집자주>

 

전체 기념 사진

 

토론연수회는 방학에 두 번 합니다. 1박 2일 또는 2박 3일로 합니다. 이번에는 1박 2일로 했습니다. 연수회 때는 회원들 사례를 나누거나 함께 토론 수업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공동 작업으로 토론 자료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그림책과 토론>으로 진행했습니다.

토론연수회는 연수원같은 시설을 이용하거나 학교에서 합니다. 이번에는 군포토론모임 회장인 김정순 선생님이 다니는 학교, 둔대초등학교(황영동 교장선생님)에서 했습니다. 회원들과 비회원이 함께 참여하는 자리였습니다. 특강과 사례 발표는 회원들이 맡았고, 모둠 이야기나 토론 실습은 모두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토론연수회를 하나씩 돌아봅니다.

먼저, 걱정이 컸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잠자리였습니다. 50명을 모았는데, 이 많은 사람이 잘 곳에 대해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자면 되겠지.’ 계속 그렇게 해 왔으니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전과 달라진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서울 경기 회원과 비회원 신청자가 많아 밤에 집에 가서 주무시는 분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에게 불편할 것이라 양해를 구했고,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이해해주셨습니다. 여선생님 15 분 정도는 우리 집에서 주무셨고, 남선생님 8분은 교실에서 잤습니다. 또 회원 몇 분은 우리 모임 회원 한 분이 모시고 갔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집에서 주무셨습니다. 다음 연수회 때도 이렇게 하거나, 사람 신청을 조금 적게 받거나, 연수원을 빌려야겠습니다. 모두가 장단점이 있으니 잘 따져봐야겠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하는 게 제일 좋기는 합니다. 그러나 연수회를 계속 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아닌, 누구나 열 수 있는 틀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다음 걱정은 뒤풀이 장소였습니다. 처음 생각은 학교에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글쓰기회 연수회 준비 때 마냥 회원들이 안주를 직접 만들며 뒤풀이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것 또한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학교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뒤풀이를 하는 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에 뒤풀이 장소를 구했습니다. 좁은 곳이지만 마흔 사람이 들어가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다른 걱정은 공부 방법이었습니다. 공부하기 위해 모인 곳이 학교입니다. 처음에는 교실 두 칸을 반씩 나눠서 하기로 했습니다. 특강이나 사례발표는 모여서 하고, 모둠 이야기 시간은 두 교실에서 나눠서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는 자리를 옮기는 데 불편하고, 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습니다. 모두가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시청각실에서는 책상이 없고 의자만 있으니 특강이나 사례발표 메모 또한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궁리한 방법으로, 교실에서 책상을 시청각실로 옮겨서 함께 공부합니다. 그러기 위해 연수 시작하는 날, 함께 책상을 시청각실로 옮깁니다. 시청각실이 꽉 차면서도 아담해 집중이 잘 되고, 바로 모둠 이야기를 나누며 와글와글하니 분위기도 좋습니다.

둘째, 처음으로 준비에서 진행을 준비위에서 모두 했습니다.

연수회를 열 때마다 그 준비에서 진행까지 저와 정순 샘 몫이었습니다. 백 명이 넘게 참여하던 2박 3일 글쓰기회 연수회를 일곱 번 해 봤기에, 이 정도 규모는 혼자 해 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연수회 준비를 부탁하는 게 미안했습니다. 준비에서 진행까지 처음 하는 사람은 정말 힘든 것을 예전에 몸으로 겪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사랑스런 우리 회원들은 연수회를 마칠 때면 늘 혼자서 준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꾸려서 했습니다.

연수 장소가 군포이고, 연수회 준비를 계속 함께 한 군포모임 김정순 회장님이 준비위원장 몫을 합니다. 아울러 군포 모임에서 둘(총무 세영 샘, 일꾼 유준희 (준희유) 샘)으로 셋을 선정합니다. 서울에도 셋을 부탁드렸고, 서울모임 백현민 회장님과 야무진 둘(예지 샘, 솔희 샘)이 함께 붙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모임을 꾸린 고양모임 곽노근 회장님께도 부탁드렸습니다.

함께 연락하고 만나며 연수 준비를 했습니다. 그 옆에 있으면 끼어들지 못하게 할 만큼 스스로 힘을 모아 준비했습니다. 준비물을 챙기려 하루 전날 모여서 준비하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연수하는 날도 아침 일찍 모이고, 연수 시작부터 진행 때마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모습입니다. 마칠 때는 연수하는 곳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은 우리 모임이 많이 성장했음을 몸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이런 일은 준비위에서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연수가 시작되니 모임 일꾼들이 스스로 움직입니다. 이렇게 함께 일하며 성장하고, 모임이 끈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수 준비위에 고마움이 큽니다.

 

활동 모습 1

 

셋째, 연수에서 순간순간이 아름다웠습니다.

첫날을 돌아봅니다.

시청각실에 사람들이 모이자, 정순 샘이 여는 말을 합니다. “불편하자.”는 이야기로 말을 엽니다. 그 말을 듣는 선생님들 표정이 밝아 다행이다 싶습니다. 마음가짐을 하고 온 것이거니와 토론연수회를 여러 번 하면서 우리 모임 연수회 특징(불편함)을 잘 이해한 덕분입니다. 아울러 이런 불편함으로 더 오래 마음에 남고, 서로 더 가깝게 하나의 생각으로 모이는 것 같습니다. (불편함: 철저한 분리수거와 쓰레기 만들지 않기, 종이컵을 쓰지 않음, 간식은 과일로 먹고 과자 먹지 않기, 잠자리 따위)

최민성 선생님께서 특강으로 교실에서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한 사례를 말씀해주십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였습니다. 이번 연수회에서 가장 돋보인, 가장 울림이 있는, 가장 오래 남을 말씀이었습니다. 누군가 말, “나도 그림책을 좀 읽어봤고, 수업도 해 봤지만, 최민성 선생님 사례는 내가 본 사례 중에서 최고였던 것 같다. 말씀하실 때 눈빛이 달라지더라. 말씀할 때 얼굴 가득 행복이 넘치더라.” 하던 그대로였습니다. 선생님을 모신 제가 으쓱해졌습니다. 이렇게 특강해 주시고, 첫 날만 하고 가셨는데, 회비를 모두 내는 우리 모임의 특성상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주셨기에 선생님께서도 양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제 특강은 처음 오시는 분들을 위해 우리 모임에서 추구하는 교실토론(함께 성장하며 공감하고 즐거운 따뜻한 교실토론, 삶에서 논제를 찾고 토론을 마치며 학생들 삶으로 돌아가는 토론교육, 학생들 수준 차이를 고려해 논제로 이야기 나누고 반박을 빼며 주장 시간을 1분으로 하는 토론, 비판적 사고와 사고의 유연성을 위해 논제에 찬성과 반대를 모두 준비해서 양쪽을 모두 경험하는 토론)을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여러 번 들은 분들도 계실 텐데도 모른 척해주는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잠시 몸을 움직입니다. 속초에서 온 박성진 선생님이 맡아서 해 주셨습니다. <숨>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에 시를 잘 쓰는 선생님이라 생각했는데, 재주가 정말 많습니다. 움직임으로 롤라볼라와 접시돌리기를 합니다. 연극놀이로 웃고 즐기게 해 줄 것이라는 제 생각을 완전히 벗어나는 움직임입니다. 그런데 설명에서 진행까지 참 정겹고 따뜻합니다. 시범을 보일 때 기능이 아주 우수하면서도 뽐내지 않고, 처음 하는 선생님들이 낯선 움직임에 힘들어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한 분 한 분 직접 도와드립니다. 기능이 될 수 있는 것도 사람에 따라 그 활동의 빛깔이 다를 수 있음을 느낍니다.

점심은 학교 앞 마을 식당에서 먹습니다.

오후에는 노래로 엽니다. 군포토론모임을 처음 시작했다가 육아휴직으로 공부모임에 잘 못나오다가 오랜만에 와 웃음 가득한 오중린 선생님이 자작곡으로 노래를 들려줍니다. 기타 선율에 청아한 목소리가 연수회장에 울리며 오후 연수를 시작합니다.

사례발표를 백현민 선생님 진행으로 합니다. 

먼저 군포토론모임 이진 선생님이 처음 토론한 이야기와 문집 만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년부터 토론모임을 했지만 토론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게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학년 초에 계획을 세우고 했답니다. 물론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계획을 세우고, 학생들에게 월요일 국어시간마다 토론을 하겠다고 하니 하게 되었답니다. 이렇듯 하려는 마음, 직접 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올해 2월에 작년 학생들과 첫 문집을 만들며 좋아서 올해는 1, 2학기 두 권을 낸다며, 1학기 문집 만든 이야기를 합니다. 문집을 받는 아이들이 좋아했다며 문집 만드는 과정과 2학기에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계획을 말하는 이진 선생님 얼굴 가득 행복합니다. 

서울토론모임에서는 조예지 선생님이 토론 사례를 들려줍니다. 사회와 국어를 통합해서 열두 시간에 걸쳐 토론한 사례입니다. 작년에 처음 토론 공부하고 처음 실천한 사례로는 놀라울 뿐입니다. 토론의 개념부터 논제 만들기, 논제 분석, 입안 만들기와 토론 실습 그리고 토론 정리까지 선생님이 토론으로 진행한 흐름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토론 진행과 함께 기록으로 남기는 힘도 놀라웠습니다. 토론 준비에서 수업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토론 수업만으로 마치지 않고 토론 교실 문화로 만들어 가는 노력도 아름답습니다. 

고양토론모임에서는 한재경 선생님이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울림을 주는 사례를 들려줬습니다. 처음 사례를 시작할 때는 허술하게 느껴지며, 선생님만의 특유의 말투와 재치에 연수회장에 웃음소리가 가득 했습니다. 즐겁게만 느껴지던 사례가 어느 순간 감동으로 ‘아, 좋다.’ 하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립니다. 그냥 시작해버리는 '무대뽀 정신'이라고 선생님은 말하지만, 아이들 반응을 따르며 아이들을 위해 토론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토론 놀이로 일상에서 말놀이로 토론하는 모습도 남습니다. 벌토론은 좋다는 선생님과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선생님으로 생각이 조금 나뉘는 것 같습니다.

교실토론 실습을 이세영 선생님이 진행합니다. 

토론 형식(찬성 주장 – 반대 질문 – 반대 주장 – 찬성 질문)을 알려주고서 첫 판으로 짝토론을 실습합니다. 논제는 미리 알려드린 대로 <GMO는 미래 식량 위기의 대안이다>로 토론합니다. 사례 발표를 듣기만 하다가 토론하니 선생님들 표정이 살아 있습니다. 치열하게 묻고 답하는 모습, 경청하는 모습, 웃음이 빵 터진 모습을 오가며 토론합니다. 

자리를 옮겨(분단회전목마) 토론 형식(찬성 주장 – 반대 주장 – 묻고 답하기)을 바꿔서 짝토론을 한 판 더 합니다. 두 번째 판이니 더 치열하면서도 웃음이 넘칩니다. 교실토론 실습으로 우리 아이들이 교실할 때의 기분과 효과를 함께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아이 토론 실습을 참관합니다. 중학교 2학년 여섯(수민, 은결, 지광, 태영, 민상, 지윤)이 칼포퍼 토론을 변형(반론-2를 요약으로 바꾸고, 그 뒤에 전원교차질의와 마지막 초점을 넣어 모든 토론자들이 두 번씩 참가하도록 했다)한 형식으로 토론합니다. 무척이나 치열합니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배려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토론한 넷과 작년부터 함께 하는 둘이 잘 어우러집니다. 

발표를 마치고 선생님들 질문과 소감을 듣는데, 놀라움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이어서 중학교 2학년 홍구가 주제 발표를 합니다. 우리아이 토론 모임에서는 하나의 논제로 두 주 동안 찬성과 반대가 돌아가며 토론합니다. 토론한 논제로 아이들은 주제를 정해서 한 주는 주제 발표를 합니다. 그 시범을 홍구가 보여줍니다. 역시나 발표 수준에 놀랍니다. (공병묵 서생님은 다른 행사로 늦었다면 복숭아를 가지고 와 주셨습니다.)

저녁을 역시나 마을 식당에서 먹습니다.

저녁에는 모둠토의를 합니다. 8모둠으로 여섯 사람씩 나눴습니다. 모둠장(김정순, 백현민, 곽노근, 조호정, 이세영, 최보영, 유준희, 조예지)은 준비위를 중심으로 꾸리되, 경력도 감안해 꾸렸습니다. 모둠에서 이야기 나누는 주제는 <그림책으로 수업한 이야기>입니다. 참가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이선구 선생님도 학교 일로 늦었다며 함께 했습니다. ‘비유카드’를 활용해 인사를 나누니, 쉽게 소개가 가능합니다. 이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내일 발표를 위해 한 분은 정리도 하십니다. 유준희 선생님이 연수회 이전에 만든 밴드로 사례를 올리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 사례를 모둠에서 발표합니다. 밴드에 올리지 않으신 분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발표합니다. 이야기가 활발하니 정해진 시각(8시)에 자를 수가 없어 조금 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모둠끼리 나와서 3분 남짓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따로 준비하는 시간도 없었는데, 눈짓으로 의견을 나눴는지 모둠마다 소개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소개하는 시간 또한 계획보다 조금 더 걸립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공부하는 마지막 차례이니 자르지 않고 하고픈 말씀을 다 듣습니다. 

참 여러 곳에서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부산, 나주, 목포, 괴산, 서산 같이 지방도 있습니다. 전국에서 모이셨습니다. 회원들과 비회원 수가 비슷합니다. 따져보면 비회원이 조금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회원과 비회원 구분이 잘 나지 않습니다. 모둠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니 끼리끼리 모이는 모습이 적습니다. 모두에게 참 고마운 모습입니다. 연수회를 처음 오신 분도 계시고, 회원이든 비회원이든 여러 번 오신 분도 계십니다. 다르지만 얼굴 가득 설렘과 만족이 가득한 소개 시간이었습니다.

뒤풀이로 나섭니다. 

뒤풀이는 군포토론모임에서 늘 가는 장소인 대야미 최고의 술집, 빅타임입니다. 며칠 전 사장님과 미리 이야기해 뒀습니다. 그래서 이층을 모두 우리가 씁니다. 우리 수가 많아 이층에 있는 자리로는 모자라 가운데 간이 의자를 두고서 즐겼습니다. 좁은 술집이라 어쩜 더 정겹습니다. 다닥다닥 붙어 앉을 수밖에 없으니 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모자라던 안주도 나중에는 푸짐합니다. 술은 준비한 생맥주가 다 떨어져 병맥주로 마실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물론 소주로 취기를 올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30분 단위로 지역 모임 대표들의 건배 제의도 이어집니다. 집에 먼 분들은 중간중간 아쉬움 가득 안고 먼저 일어납니다. 김정순 선생님 집에서 주무시는 분들도 12시 정도에 집으로 먼저 가고, 학교에서 자는 남자들과 여선생님 몇 분은 2시를 넘게까지 웃으며 놀았습니다. 아주 잘 놀았습니다.

둘째 날을 돌아봅니다.

남선생님들은 축구로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잠을 잔 남선생님들은 마을 조기축구회(영근 샘이 코치로 있는)와 공을 찹니다. 깨우니 모두가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납니다. 정말 일어나기 싫고 공차기 싫은 모습입니다. 그래도 미리 알렸기에(연수회 전) 싫은 표정이지만 발은 운동장으로 향합니다. 먼저 와 계신 마을 조기축구회와 8:8로 시합니다. 상대도 안 되겠지 싶었는데, 예상 외로 선전합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편은 두 무릎에 손을 얹고서 땅을 쳐다보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결국 2:0으로 집니다. 

첫판을 마치고 들어오니 입고 있던 팀 조끼를 벗습니다. 마치고 싶은 겝니다. “자, 그럼 이어서 두 번째 판은 15분만 할게요.” 그래도 함께 공차기로 했으니 두 판은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물마시고 잠시 숨 고르고는 골대를 바꿔 두 번째 판을 합니다. 결과는 1:1로 비겼습니다. 그래도 체면은 차린 것 같습니다. 수돗가에서 등목을 하거나,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연수 장소로 공부하러 갑니다.

모둠 이야기 발표 시간입니다. 

여덟 모둠이 돌아가며 한 분씩 나와서 발표합니다. 어제 한 시간 나눈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집단지성의 결과를 보며 듣는 순간이라, 감동하며 듣습니다. 늦게까지 뒤풀이를 했음에도 발표자나 듣는 분들 모두 지쳐 보이지 않습니다. 축구 마치고 뒤에 의자를 놓고서 컵라면과 주먹밥을 먹는 남선생님들만 제외합니다.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듣습니다. 연수회 장소를 제공해주신 황영동 교장 선생님이십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뒤에서 모둠 이야기 발표를 들으시고는 그 이야기로 하시고픈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선생님들의 발표를 귀담아 들어주신 것부터 좋습니다. 각 반 아이들에게 수업하신다는 말씀에서는 선생님께서 절로 박수를 치십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선생님들이 좋아하면 아이들도 좋아한다는 말씀으로 연수회에 오신 선생님들과 헤어지셨습니다.

사례를 모두 듣고서 다음 차례로 잠시 이야기 나눠 대표토론을 모둠 이야기로 바꿉니다.

모둠 이야기 두 번째 시간을 갖습니다. 

대표토론을 포기하고 선택한 이야기 나누기 시간입니다. 주제는 <그림책으로 (토론) 수업 계획 세우기>입니다. 일곱 모둠으로 만들어 전지에 한 시간 동안 수업 계획을 세웁니다. 정순 샘 교실에 있는 그림책을 가져와 고르는 모습, 고른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습이나 읽는 모습, 그림책으로 어떻게 수업할 것인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림책으로 질문을 많이 만들기도 합니다. 나오는 이야기는 전지에 글로 다 담아냅니다. 다 만든 전지는 모둠 책상 위에 그림책과 함께 펼쳐두고 전시관 관람으로 다른 모둠에서 한 작품을 구경합니다.

함께 정리합니다. 책상을 교실로 옮깁니다. 모두가 함께 정리합니다. 정리하는 게 귀찮을 수 있지만, 함께 한 정이 쌓였기에 모두가 함께 책상을 옮깁니다. 함께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박성진 선생과 두 번째 움직임으로 저글링을 합니다. 여러 종류의 공으로 저글링(손보다 하나 이상 돌리는 것)을 시범 보이는데 역시나 선수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절로 칩니다. 공으로 처음 하기에는 어렵기에 천으로 저글링을 합니다. 저글링을 할 때 손을 돌리는 방법에 따라 여러 이름도 있습니다. 박성진 선생의 친절한 도움으로 모두가 함께 천으로 저글링을 해 봅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다가 될 때는 자기를 의심하며 고함까지 지릅니다. (이렇게 저글링하는 사이, 준비위에서는 연수회 장소에 차렸던 온갖 종류의 먹을거리를 정리합니다)

의자를 하나씩 가져와서는 둥글게 둘러앉습니다. 연수를 마치며 돌아가며 이야기합니다. 정순 샘의 진행으로 하는데, 낱말을 하나씩 고르고서 설명을 덧붙이며 1박 2일 연수를 돌아봅니다. 한 분 한 분의 말씀에서 감동과 행복이 가득합니다. 모든 분께서 하신 말씀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말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때의 행복, 이 맛에 연수회를 열고 옵니다.

마치며 선생님은 마지막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갑니다. 되는 분들은 남은 과일을 하나씩 들고 갑니다. 선생님들이 가고, 준비위는 남아서 공부한 곳을 깔끔하게 청소합니다. 청소기로 돌리고, 바닥을 대걸레로 닦습니다. 몇 번을 돌아보며 확인하고서 연수회로 잘 쓴 학교를 나왔습니다.

 

활동 모습 2

 

연수회를 마칠 때는 늘 “또 다음에 이렇게 좋은 자리를 열자.”고 말합니다. 그런데 연수회를 준비할 때는 그 마음을 잊고는, ‘이 어려운 연수회를 왜 또 열려고 하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할 때마다 그렇습니다. 앞서 살핀 대로 오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기 위해 고민할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앞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연수 주제를 정하고, 연수회에 드는 돈을 계산해 연수비를 정하는 것도 고민하고 고민해 정합니다. 그렇지만 연수회를 여는 순간부터 마칠 때가 이런 어려움은 눈이 녹듯 사르르 녹아 행복과 보람이 가득 자리합니다. 

이번에는 연수회 준비부터 진행까지 모둠 선생님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집이 아니더라도, 정순 샘 학교가 아니더라도 연수회를 지금처럼 잘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속 가능할 수 있는 힘이 우리 모임에 생기고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회원들 모습에서 앞으로의 진행은 더 맡기고 의지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분 한 분 오신 모든 분들이 고맙습니다. 또 오겠다는 말씀이 고맙습니다. 집에서 주무신 분들께서는 집 청소까지 함께 했다니 고맙습니다. 괴산과 부산에서 지역 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말씀에 고맙습니다(만드시면 학기에 한 번이라도 가서 뵙겠습니다). 더위가 더할수록 고민하다가 에어컨을 산 정순 샘께도 고맙습니다. 숙박비를 조금이라도 드리려니 하나도 받지 않겠다는 말에서는 함께 사는 사람이지만 배웁니다. 연수회 장소로 학교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해 주신 황영동 교장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학교 숙직 기사님께도 고맙습니다. 덕분에 시설도 잘 쓰고,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겨울에 열두 번째 연수회로 뵙겠습니다.